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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활동이나 사건으로 인해 특정 장소에 처해 있음으로써 촉발되는 감정들을 아카이빙 한다. 그중에서도 (후미진) 장소는 잃어버린 대상, 결코 되찾아지지 않고, 반복적으로 찾아 헤매게 되는 대상이 된다. 어릴 적 자랐던 집과 동네에 대한 추억을 바탕으로 작업은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출발한다. 1990년대 중반 유년 시절을 보냈던 동네를 찾아가서 낡고 오래된 벽을 만난 적이 있다. 우연히 마주한 벽은 자연의 형태와 도시의 기호 사이에 경계가 모호해지는 구분이 불가능한 상태로 놓여 있었다. 그런 벽 앞에서 묵묵히 감춰온 감정을 끄집어내고 ‘감정의 역사’를 되돌아보았다. 한순간에 전 재산을 잃어도 이상할 게 없었던 그 시절의(1997년) 위기는 현재의 삶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드리우고 불안의 감정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아픔을 통해 내 삶이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 마주해 보면서 불가능함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가능성을 되찾고 싶었다. 후미진 장소는 어린 기억으로부터 보편의 사건을 끌어내고, 삶에 대한 치열한 투쟁의 흔적을 보여준다. 나는 작업을 통해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 없는 흔적의 시간을 다시 우리 앞에 소환해 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감정을 해소하고, 미래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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