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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께다르나트 싱 시선집 <호랑이 그리고 다른 시들, 김우조 역, HUINE, 2019>을 인용하였다.

* 작곡_레몬사운드,  판소리_박상훈

흑호,2022.jpeg

호함가, 虎㺝歌, 판소리 사운드, 4분 48초, 2021

 

무시무시하게 추웠던 어느 날 밤

어딘가에서 타고 있는 불

어떤 익숙한 장작이 타는 냄새

 

저기를 보아라.

저기를 보아라.

벽에 걸려 있던 죽은 호랑이의 긴 몸

그래, 그래 그것은 나, 내 몸이다.

 

어젯밤 도시에 호랑이가 왔네.

호랑이는 전 도시를 한 깊은 경멸, 증오로 보았다.

경~멸, 증~오

그리고 조용히, 조용히

초연히 세상을 떠났구나.

 

아침볕에

신발들이 발들에게

머리카락이 목에게

어깨가 손톱에게

살갗이 몸에게 묻고 있다.

호랑이는 다시 언제 올 것인가?

 

다음 날 도시에 온

불처럼 활활 타는 호랑이

아름다운 호랑이는 돌아다니는 마술이었다.

 

물이 살듯이

돌이 살듯이 

우리는 호랑이와 함께 살아야 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고

사람들은 성냥 안에

작은 찻잔에

TV 화면에서

호랑이를 먹고 마신다.

 

누군가는 단지 두 눈을

누군가는 근육을

누군가는 턱 전체

누군가는 흔들이는 근육질 엉덩이만 보았다.

 

누군가는 단지 두 눈을

누군가는 근육을

누군가는 턱 전체

누군가는 흔들이는 근육질 엉덩이만 보았다.

 

누군가는 단지 두 눈을

누군가는 근육을

누군가는 턱 전체

누군가는 흔들이는 근육질 엉덩이만 보았다.

 

완전한 호랑이를 누구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모두가 고마워하는 듯했다.

모두 자신에 일에 집중하고 있을

그때 조금, 조금 보였다.

호랑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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