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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리해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자신이 거주하는 대구의 ‘자갈마당’을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자갈마당’은 대구에서 100년 넘게 유지되어왔던 성매매 집결지의 명칭이다. 현재 그곳은 100년의 역사가 무색할 만큼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 , 작품들은 바로 그 ‘자갈마당’이라는 장소, 그 장소에서 일어났던 사건, 그 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다양한 형식으로 조명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자갈마당’을 둘러싼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 를 들춰낸다. “말해 줄께. 어쩌다가 이런 일 하는지.”라는 여성의 말로 시작되는 는 작 가가 수집한 ‘자갈마당’ 성매매 종사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소설 작품이다. 소설 속에 서 성매매 종사자는 자신이 겪은 인권 유린의 현장을 이야기하면서도 성매매 집결지의 존재를 옹호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는 작가가 포착한 역설적인 현실이다. 그들은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꽃뱀, 지독한 가난에 팔려온 그저 불쌍한 성매매 종사자가 아니다. 그들은 사회의 필요로 인해 존재했지만 방치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여성이었으며,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여성이었다. 작가는 이렇게 성매매 종사 자의 이야기를 통해 100년 동안 ‘자갈마당’을 유지해왔던 이 사회의 역설적인 구조를 지적하 고, 그 속에서 이 사회에게 버림받고 희생당해야만 했던 평범한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다. 사진 작품들은 전형적으로 성매매 집결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자극적인 붉은색 과 여전히 여성적 색채로 규정되는 분홍색으로 물들어있다. 화려한 색으로 물들어있는 이곳에 서 도리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성매매 여성이 생활하는 업소실내의 모습과 이곳을 떠나 며 남긴 흔적들이다. 공동 샤워실 한쪽에 놓인 낡은 수건, 싸구려 캔 음료수 더미, 방바닥에 남아있는 속눈썹 한쪽은 그곳의 열악한 생활과 쫓기듯 떠나야만 했던 그들의 모습을 대변한 다. 솔직하지만 담담하게 사진에 담아낸 그곳의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외설적인 모습에 가려 져 있던 성매매 여성 노동의 환경과 병폐를 다시 직시하게 만든다. 는 ‘자갈마당’ 맞은편 풍경을 흑백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줄지어져 있는 포 장마차, 배달 집배원 아저씨, 국밥집 아주머니 등의 모습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평 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렇게 맞은편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성매매 집결지의 문제를 알면서도 먹고 사는 이해관계 때문에 방관해버리고 만다. 이러한 태도는 사회의 문제점을 바 라보는 ‘태연한 기울기’이자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깊은 틈새’가 남긴 상흔이 다. 이렇게 작가는 흑백사진 속 풍경이 우리의 현실이자 현재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흑백사진 이 유도하는 과거성과 타자화의 방향을 오히려 사진을 바라보는 지금의 우리에게 온전히 선회 시킨다. 전리해는 사라지고 있는 장소, 사건, 인물을 기록하고 발화한다. 작가는 “예술가는 당사자들 이 아닌 이상 어디까지나 바깥의 행위자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자갈마당의 바깥에서 자갈마당을 바라봤던 외부인이지만, 동시에 외부인이었기에 더욱 객관적으로 자갈마당과 여성 과 그곳을 유지한 사회에 대한 치열한 관찰자가 될 수 있었다. 작가는 이렇게 ‘자갈마당’에 숨 겨진 문제적 관점들을 들춰내며 여전히 ‘그 많은 성매매 종사자들은 어디 갔을까?’, ‘자갈마당 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는 해결되지 않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글. 안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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