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슬(아트팩토리 큐레이터)

 

 

사라지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사진은 일차적으로 이미지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흔적을 포착한 일종의 오브제와 같다. 벤야민(Walter Benjamin)에 따르면 사진은 복제 기술로서 어떠한 공간, 그림 등을 현실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각하게 해주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예술 작품을 지배하는 일을 용이하게 해주는 축소기술이라 말했다. 전리해의 사진작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시-공간의 흔적들이 하나의 장소에서 만나 공간의 경계를 확장하여 재해석하는 시각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 전리해 <사람, 장소, 생각 그리고 그 사이>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작가에 의해 발견된 공간 속 대상이 어떻게 접촉되었고 직접적으로 어떤 현장성을 강조하였는지 이다. 작품의 주제가 되는 장소의 선택은 작가가 과거에 머물렀던 공간이나 그 주변으로 이루어진다. 한국화를 전공하기도 한 그는 작품에 한지 위를 스미는 회화성 있는 색면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흐릿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첨가하기도 하였다. 이로써 그의 작업은 단순한 한 장의 기록적인 풍경이 아니라 회화적인 작품으로써도 환기가 되는 매개체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연출된 특정 장소는 곧 작가의 독특한 장소와 삶의 터전으로 재구성되어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고 고스란히 묻어난 회화적 이미지는 그 흔적 안에 보다 더 농밀하게 스며들고 있다.

이전 작품과 차별을 보이는 신작으로는 작가 본인이 이 이미지들을 들고 등장하여 이동성 있는 파노라마 형식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작업에 도달하는 과정과 그 과정을 이루는 매 순간에 집중하는 작가의 태도를 드러냄과 동시에 작가 본인을 비추는 거울(현실)이미지 또한 나타내어 보여주려 함이다.

회화성이 담긴 사진은 단순히 현실을 재현한 사진과는 전혀 다른 미적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전리해의 사진작업은 독특한 장소성을 갖고 있고 또 다른 요소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진 장면들을 추가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이처럼 작가는 리얼리티를 가진 기록 매체로서의 성격 뿐 만아니라, 과거에 일어난 사실들의 반영이자 과거의 시간을 현재 시점에서 재구성하는 역할을 자신의 영토처럼 수행해내고 있다. 이는 작가가 어떠한 사람으로서(작가 본인 뿐 만 아니라) 장소에 녹아들어 그 생각과 경험으로 온전히 체화되어 그 작품 사이로 순수하게 녹아들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전리해의 사진으로 공간 속 연출을 통해 장면을 재구성하여 축적된 흔적을 따라가 보게 될 것이다. 그의 작품은 삶이 집적된 공간을 발견하여 그 흔적을 유감없이 나타내므로 보는 사람에 있어 그 공간에 대한 감정이입을 용이하게 하여 일종의 대리체험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그 경험과 기억의 장소에서 마음의 한 구석의 푼크툼(Punctum)을 일으켜 순간의 일렁이는 감동을 느끼고 작품과 조우하는데 전시의도가 있다.